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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죽었나 살았나

메타버스 열풍 3년 후, 남은 것과 사라진 것을 정리한다

메타버스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졌다

구글 트렌드가 재밌다. "메타버스" 검색량이 2022년 1월 정점 대비 92% 떨어졌다.

기업 보도자료에서도 메타버스란 단어가 거의 사라졌고, 저커버그마저 2025년부터 "소셜 AI"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자기 회사 이름을 Meta로 바꿔놓고. (이건 좀 웃기다.)

그러면 메타버스가 죽은 건가? 내가 보기엔 메타버스라는 이름이 죽었을 뿐, 기술은 살아있다.

확실히 사라진 것들

가상 부동산 투기가 사라졌다. 2022년에 Decentraland 가상 토지가 243만 달러에 팔렸는데, 같은 토지의 2025년 거래 가격이 한 5만 달러 정도다. 98%가 증발했다.

실사용 가치 없이 "다음 사람한테 더 비싸게 팔겠다"는 기대만으로 가격이 올랐으니 붕괴는 필연이었다. NFT랑 결합된 메타버스 부동산은 전형적인 투기 거품이었다.

기업 메타버스 사무실도 사라졌다. "메타버스에서 회의합시다" 하며 가상 오피스 도입한 기업들이 대부분 6개월 안에 포기했다. 줌이 더 편하다는 현실 앞에서 아바타가 걸어다니는 사무실은 의미가 없었다.

Microsoft AltspaceVR도 2023년에 문 닫았다. 메타버스 오피스의 미래라고 홍보했던 게 겨우 2년 만에.

제페토, 이프랜드 같은 국내 플랫폼 MAU도 정점 대비 60~70% 빠졌다. 화려한 출시 이벤트랑 셀러브리티 콜라보만으로는 사용자를 붙잡을 수 없었다.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한 게 치명적이었다.

근데 이름표 떼면 살아있는 게 꽤 있다

라고들 하지만, 포트나이트랑 로블록스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로블록스 DAU가 8,500만 명으로 2022년보다 오히려 40% 늘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메타버스라고 안 부를 뿐이지, 가상 공간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놀고 거래하고 창작하는 건 본질적으로 메타버스 그 자체다. 이름이 다를 뿐, 실체는 같다.

VR 피트니스도 의외의 성공 사례다. Beat Saber, Supernatural 같은 앱 사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에서 확실한 니치를 찾았다.

산업용 디지털 트윈도 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 Omniverse를 BMW, 지멘스 같은 데서 실제로 쓰고 있는데, McKinsey에 따르면 디지털 트윈 시장이 2025년에 약 730억 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35% 성장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고 있다.

VR 프로젝트를 해보니까

2023년에 교육용 VR 콘텐츠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기술적으로는 꽤 완성도가 높았는데, 문제는 사용자가 헤드셋 쓰는 것 자체를 귀찮아했다는 점이다.

헤드셋 찾고, 배터리 충전하고, 쓰고, 앱 실행하는 과정이 너무 번거로웠다. 결국 VR에서 웹 3D로 방향을 틀었더니 참여율이 5배 올랐다. (이게 많은 걸 말해준다.)

기술의 완성도보다 접근성이 중요하다. 아무리 몰입감이 뛰어나도 접근하기 어려우면 안 쓴다. 스마트폰이 PC를 이긴 이유도 접근성이었다. 주머니에서 꺼내서 바로 쓸 수 있다는 것. VR 헤드셋은 아직 그 수준에 못 왔다.

메타버스의 다음 단계

Meta의 소셜 AI 에이전트, 엔비디아의 AI 기반 3D 월드 생성, 애플 비전 프로의 공간 인텔리전스. 이런 것들이 합쳐지면 예전 메타버스가 꿈꿨던 것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특히 AI가 텍스트 프롬프트 하나로 가상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되면 콘텐츠 부족 문제가 해결된다.

다만 이번에는 "모두가 가상 세계에서 산다"는 허황된 비전이 아니라, 교육이나 의료 훈련이나 제조 시뮬레이션 같은 구체적인 사용 사례 중심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버즈워드는 사라졌지만 기술은 남았다. 근데 이게 다시 꽃필 때가 오는 건지, 아니면 그냥 특수 목적 기술로 조용히 남는 건지는 솔직히 확신이 없다. 이름이 뭐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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