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홈 자동화 실제 구축기
원룸에서 스마트홈을 만들겠다고 127,000원을 쓴 이야기
"불 끄러 일어나기 싫다"에서 시작됐다
겨울이었다. 이불 안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다가 잠이 올 때, 방 불을 끄러 일어나야 한다는 게 너무 싫었다. 그냥 "불 꺼줘" 하면 꺼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마트홈을 시작했다.
구글에 "원룸 스마트홈" 검색. 블로그 글들이 쏟아지는데 대부분 "이런 제품이 좋습니다" 수준이다. 실제로 설치하고 삽질한 이야기가 별로 없다.
127,000원어치 장바구니
구매한 것들:
- 스마트 전구 (LED, 밝기 조절 가능) x 2: 34,000원
- 스마트 플러그 x 2: 22,000원
- 스마트 스피커 (Google Nest Mini): 39,000원
- 온습도 센서: 15,600원
- 적외선 리모컨 허브: 16,400원
총 127,000원. 처음엔 "10만 원 이내로 해야지" 했는데 하나씩 추가하다 보니 넘었다.
설치 첫날: 전구부터 막혔다
스마트 전구를 끼우는 건 쉽다. 기존 전구 빼고 새 거 넣으면 된다. 근데 앱 연동에서 막혔다. 전구가 와이파이에 연결이 안 된다. 30분을 삽질하다가 원인을 찾았다. 내 공유기가 5GHz만 쓰고 있었는데 전구는 2.4GHz만 지원한다.
공유기 설정을 바꿔서 2.4GHz를 활성화했다. 그랬더니 다른 기기들이 느린 2.4GHz에 붙어버렸다. 결국 공유기 설정을 SSID 분리해서 2.4GHz 전용 네트워크를 하나 더 만들었다. 여기까지 2시간. (전구 하나 끼우는 데 2시간.)
음성 명령의 현실
구글 어시스턴트에 "불 꺼줘" 해봤다. "거실 조명을 끕니다." 꺼졌다. 감동이었다. 진짜 이불 속에서 불을 끌 수 있다.
근데 문제가 있다. 조용한 밤에 "헤이 구글, 불 꺼줘" 하면 옆집에 들린다. 원룸이라 벽이 얇다. 그리고 인식률이 100%가 아니다. "불 꺼줘"를 "볼 켜줘"로 알아듣고 밝기를 최대로 올린 적이 있다. 새벽 1시에 눈이 멀 뻔했다.
결국 음성 명령은 거의 안 쓰고 앱으로 조작한다. 침대에서 폰으로 불을 끄는 거다. 이러면 스마트 스피커는 왜 산 건지 모르겠다. (타이머랑 날씨 확인용으로 쓰고 있긴 하다.)
자동화가 진짜 재미있는 부분이다
수동으로 앱 버튼 누르는 건 스마트홈이 아니다. 자동화가 핵심이다.
온습도 센서를 연동해서 이런 규칙을 만들었다:
- 습도 60% 이상이면 제습기 전원 ON (스마트 플러그)
- 밤 11시 이후에는 조명 밝기 30%로 자동 전환
- 아침 7시에 조명 자동 ON (알람 대용)
적외선 리모컨 허브로 에어컨도 제어한다. "실내 온도 28도 이상이면 에어컨 ON, 25도 이하면 OFF." 이건 진짜 편하다. 특히 여름에.
근데 자동화 규칙이 충돌하면 골치아프다. "밤 11시에 조명 30%"와 "영화 모드에서 조명 OFF" 규칙이 동시에 작동하면 조명이 깜빡깜빡한다. 이런 걸 디버깅하는 데도 시간이 든다. (IoT 디버깅은 코드 디버깅보다 답답하다.)
한 달 사용 후 전기요금
기대했던 건 "스마트하게 제어하면 전기요금이 줄지 않을까"였다. 결과: 전월 대비 1,200원 증가. 스마트 기기들이 24시간 대기전력을 먹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 스피커는 항상 켜져 있어야 한다.
에어컨 자동 제어로 냉방비는 좀 줄었을 것 같은데,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 지난 여름이랑 올 여름 기온이 다르니까. 솔직히 전기요금은 기대하지 않는 게 맞다.
개발자로서 아쉬운 점
Home Assistant라는 오픈소스 스마트홈 플랫폼이 있다. Raspberry Pi에 설치하면 모든 기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이걸 하고 싶은데 아직 못 했다. 라즈베리 파이를 사야 하고, 설정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고.
지금은 구글 홈 앱으로 다 관리하고 있는데, 커스터마이징에 한계가 있다. "습도가 55%에서 60%로 변하는 속도가 빠르면 제습기를 미리 켜라" 같은 복잡한 규칙은 못 만든다. Home Assistant라면 가능한데.
다음 달 목표는 라즈베리 파이 하나 사서 Home Assistant를 올리는 거다. 근데 이 목표가 3개월째 "다음 달"이다.
그래도 원래 목적은 달성했다
이불 속에서 불을 끌 수 있다. 이거면 됐다. 나머지는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