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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타임 줄이기 실전

하루 평균 11시간 42분이던 스크린 타임을 7시간대로 줄인 3개월 기록

11시간 42분이라는 숫자

아이폰 스크린 타임 리포트를 봤다. 주간 평균 11시간 42분. 출퇴근 포함 깨어 있는 시간이 17시간이라 치면, 그중 69%를 화면을 보면서 보내고 있었다. 회사에서 컴퓨터 앞에 8시간 앉아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퇴근 후에도 3시간 넘게 폰을 보고 있었다.

특히 충격이었던 건 유튜브 시간이었다. 하루 평균 2시간 17분. (정확히는 유튜브 2시간 17분, 인스타그램 47분, 트위터 38분.) 유튜브에서 뭘 봤냐면...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을 멍하니 넘기고 있었다.

첫 번째 시도: 앱 삭제 (실패)

유튜브 앱을 삭제했다. 3일 버텼다. 4일째에 사파리로 유튜브에 접속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앱이 없어도 웹으로 들어가면 똑같다. 그리고 앱을 삭제하면 "내가 뭔가 제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반발심이 생겼다.

인스타그램도 삭제해봤는데, DM으로 연락하는 사람이 있어서 결국 다시 깔았다. 앱 삭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이걸 깨닫는 데 2주를 썼다.)

두 번째 시도: 물리적 분리

효과가 있었던 건 물리적 분리였다. 퇴근하면 폰을 현관 신발장 위에 놓는다. 침대까지 가져가지 않는다. 알람은 8,900원짜리 탁상시계로 대체했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누가 카톡 보내면 어쩌지?" 근데 퇴근 후에 당장 답해야 할 긴급한 연락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보면, 거의 없다. 3개월 동안 "왜 답 안 해?"라고 물어본 사람이 2명 있었는데, 둘 다 아침에 답해도 아무 문제 없는 내용이었다.

침대에서 폰을 안 보니까 잠드는 시간이 확 줄었다. 이전에는 침대에 누워서 30~40분 폰을 보다가 잤는데, 지금은 누우면 15분 안에 잠든다. 수면 질이 좋아지니까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수월해졌다.

세 번째 시도: 그레이스케일 모드

이건 유튜브에서 봤다. (아이러니하다.) 폰 화면을 흑백으로 바꾸면 시각적 자극이 줄어서 폰을 덜 보게 된다는 거다. 아이폰 설정에서 손쉬운 사용 > 디스플레이 > 색상 필터 > 그레이스케일을 켰다.

솔직히 효과가 있었다. 인스타그램이 흑백이면 재미가 확 떨어진다. 유튜브 썸네일도 흑백이면 클릭 욕구가 줄어든다. 2주 동안 폰 사용 시간이 하루 37분 정도 줄었다.

근데 사진을 볼 때 불편하고, 지도 앱을 쓸 때 색상 구분이 안 돼서 실생활에 지장이 있었다. 결국 단축어로 트리플 탭하면 그레이스케일이 토글되게 만들었다.

3개월 뒤 숫자

지금 주간 평균 스크린 타임은 7시간 23분이다. 회사 업무 시간(8시간)은 빠진 순수 개인 사용 시간 기준. 유튜브는 하루 48분으로 줄었다. 완전히 끊은 건 아니고, 의도적으로 보고 싶은 영상만 검색해서 본다. 알고리즘 추천 탭은 안 본다.

늘어난 시간으로 뭘 하냐면, 솔직히 대단한 건 아니다. 책을 좀 더 읽고, 산책을 좀 더 하고, 요리를 좀 더 한다. "생산성이 폭발했다" 같은 극적인 변화는 없다. 근데 잠은 확실히 잘 자고, 눈이 덜 피로하고, 뭔가에 휩쓸려 사는 느낌은 줄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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