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날의 기억
2,847,000원이 통장에 찍혔던 그날의 이야기
25일 오전 9시 7분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입금 2,847,000원." 세후였다. 연봉 협상할 때 들었던 숫자에서 세금, 4대 보험 떼고 나니까 생각보다 적었다. 근데 상관없었다. 내가 번 돈이다. 처음으로.
부모님한테 용돈이 아니라 "내 돈"이 생긴 거다. 인턴 때 받았던 실습비 150만 원과는 느낌이 달랐다. 이건 정식으로, 계약서 쓰고, 4대 보험 들고, 매달 나오는 돈이다.
그날 뭘 했나
점심에 팀원들이랑 회사 근처 돈까스집에 갔다. 9,500원짜리 로스카츠. 사수가 "오늘 첫 월급이지? 축하해" 했는데, 그 말에 살짝 울컥했다. (근데 표현은 안 했다. "감사합니다 ㅎㅎ" 이러고 말았다.)
퇴근하고 부모님한테 10만 원 보냈다. 처음에 30만 원 보내려고 했는데, 월세 70만 원에 교통비, 밥값 계산하니까 30만 원이 무리였다. 10만 원도 솔직히 빠듯했다. 근데 "첫 월급 선물"이라는 명목이 있으니까.
엄마가 전화했다. "왜 보냈어, 네가 써." 그리고 5분 뒤에 카톡으로 이모티콘을 열두 개 보냈다. 그걸로 됐다.
첫 월급으로 산 것
자기 선물로 에어팟 프로를 샀다. 359,000원. 월급의 12.6%. 이성적으로 보면 미친 짓이다. 첫 달부터 수입의 12%를 이어폰에 쓰다니. 근데 그때는 "나는 이걸 살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느낌이 중요했다. 경제적 합리성보다 감정적 만족감. (그 에어팟은 8개월 뒤에 지하철에서 잃어버렸다.)
나머지는 월세 70만 원, 교통비 8만 원, 식비 42만 원, 통신비 5만 5천 원, 부모님 10만 원. 남은 돈이 89만 2천 원이었는데, 여기서 에어팟 빼면 53만 3천 원. 이걸 저축했어야 했는데, 친구들 만나고 술 마시고 하니까 월말에 통장 잔고가 11만 원이었다.
2년 차 월급과 비교하면
지금은 세후 3,210,000원을 받는다. 363,000원이 올랐다. 연봉 인상률로 치면 나쁘지 않은데, 체감은 별로다. 물가가 올랐으니까. 점심값이 9,500원에서 12,000원이 됐고, 월세도 5만 원 올랐다.
가장 달라진 건 돈을 대하는 태도다. 첫 월급 때는 "이 돈으로 뭘 사지?"였는데, 지금은 "이 돈으로 뭘 안 사지?"다. 저축 자동이체를 걸어놓고, 남은 돈으로 산다. 에어팟 같은 충동구매는 안 한다. (진짜? 진짜. 아마.)
첫 월급의 의미
돌이켜보면 2,847,000원이라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500만 원이었어도, 200만 원이었어도 그 감정은 비슷했을 거다. "사회에서 내 가치를 숫자로 인정받았다"는 경험 자체가 임팩트였다.
근데 동시에, 그 숫자가 나의 가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 연봉 협상 때 50만 원 더 받으려고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50만 원은 세후 월 3만 5천 원 차이라는 걸 계산하고 허탈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후배가 입사하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첫 월급은 액수가 아니라 감정을 기억하라고. 근데 그러면서도 연봉 협상은 최대한 높이 해라. 둘 다 맞는 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