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후 개발자 커리어 현실적 경로
40대 개발자 선배 7명한테 들은 이야기와 내 나름의 정리
나도 언젠가 40이 된다
30대 초반인데, 가끔 "40대에도 코딩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40대 개발자가 몇 명 없다. 대부분 관리직으로 갔거나 다른 업종으로 옮겼다. 그래서 실제로 40대 이후에 어떤 경로가 있는지 궁금해서 선배 7명한테 직접 물어봤다.
(이걸 물어보는 것 자체가 좀 실례인가 싶었는데, 다들 의외로 솔직하게 얘기해줬다.)
경로 1: 관리자로 전환
7명 중 3명이 이 경로였다. 기술 팀장이나 CTO로 전환한 케이스. 코딩보다 사람 관리, 예산, 일정 조율이 주 업무가 됐다. 한 분은 "코드 짜는 시간이 전체 업무의 8%도 안 된다"고 했다. 보람을 느끼는 포인트가 바뀌었다고. "내가 짠 코드"에서 "내 팀이 만든 제품"으로.
근데 관리자가 된 걸 후회하는 분도 있었다. "코딩이 그리운데 돌아갈 수가 없다. 기술이 너무 빠르게 변해서 3년만 손 놓아도 주니어보다 못한다." 이 말이 좀 무서웠다.
경로 2: IC (Individual Contributor) 유지
2명이 이 경로를 선택했다. 40대 후반인데 아직 코드를 짠다. 다만 주니어가 하는 일과는 다르다. 아키텍처 설계, 성능 최적화, 기술적 의사결정 같은 고난이도 작업을 맡는다. 한 분은 외국계 회사에서 Staff Engineer 직급인데, 한국 회사에서는 이 역할이 잘 인정 안 된다고 했다.
"한국은 개발자 커리어 래더가 관리자 아니면 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10년 넘게 코딩하면 '아직도 코딩해?'라는 시선이 있다." 이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숙련된 개발자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 안 되는 구조.
경로 3: 창업 또는 프리랜서
1명이 45세에 1인 SaaS를 만들어서 운영 중이고, 1명은 프리랜서로 전환했다. SaaS 운영하는 분은 "월 수입이 들쭉날쭉한데, 최저 117만 원부터 최고 890만 원까지 편차가 크다"고 했다.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자유롭다고.
프리랜서로 전환한 분은 "단가가 높아서 돈은 괜찮은데, 건강보험이랑 국민연금을 스스로 내니까 실수령은 생각보다 적다"고 했다.
내가 실수한 것
사실 이 주제를 조사하면서 한 가지 실수를 했다. 40대 개발자를 "살아남은 사람"이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한 거다. 40대에 개발하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야 하는 건데. 내 편견이 있었다.
공통된 조언
7명 모두가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다. "T자형 인재가 되라." 하나의 기술을 깊이 파되, 주변 기술에 대한 이해도 넓혀라. 프론트엔드 전문가인데 인프라도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 40대에 살아남는다. 한 기술에만 올인하면 그 기술이 사라질 때 같이 사라진다.
또 하나는 네트워킹. 나이 들수록 기술보다 인맥이 중요해진다고 했다. "40대에 이직하려면 공고에 지원하는 게 아니라, 아는 사람이 불러주는 구조"라고.
그래서 지금 뭘 해야 하나
솔직히 답을 못 내겠다. 관리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닌데, IC로 갈 만큼 한 분야를 깊이 판 것도 아니다. 창업은 아이디어가 없다.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건 꾸준히 기술을 깊이 파는 것, 글쓰기로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 사람들과의 연결을 놓지 않는 것 정도.
근데 이건 30대 초반의 생각이고, 5년 뒤에는 또 다를 수 있다. 그때 가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