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편의점에서 드는 생각
야근 끝나고 들른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고르다가 멍하니 서 있었다.
삼각김밥을 고르는데 3분이 걸렸다
새벽 2시 7분. 야근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배가 고팠다. 정확히는 배가 고픈 건지 그냥 허한 건지 잘 모르겠는 상태.
삼각김밥 코너 앞에 섰다. 참치마요, 불고기, 김치볶음밥. 선택지가 세 개밖에 없는데 3분 동안 고민했다. 머리가 안 돌아간다. 결국 참치마요를 집었다. 이유는 없다. 손이 먼저 갔다.
계산대에서 컵라면도 하나 추가했다. 1,847원짜리 삼각김밥이랑 1,430원짜리 컵라면. 뜨거운 물을 받으면서 편의점 안을 둘러봤다.
새벽 편의점에는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
나 말고 두 명이 더 있었다. 한 명은 배달 기사인 것 같았다. 초록색 가방을 옆에 놓고 삼각김밥을 먹고 있었다. 또 한 명은 나처럼 노트북 가방을 멘 사람. 맥주를 고르고 있었다.
셋 다 말이 없었다. 편의점 안에서 유일한 소리는 냉장고 모터 소리랑 라디오에서 나오는 새벽 음악뿐.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 근데 묘한 동질감이 있다. "우리 다 이 시간까지 뭔가를 하고 있었구나" 하는.
(이런 감상에 빠지는 거 보면 진짜 피곤한 거다.)
편의점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컵라면 기다리면서 창밖을 봤다. 편의점 유리창 너머로 텅 빈 도로가 보인다. 신호등이 빨강에서 초록으로 바뀌는데 지나가는 차가 없다. 의미 없는 신호 전환.
낮에는 미친 듯이 붐비는 이 거리가 새벽에는 영화 세트장 같다. 조명만 켜져 있고 배우가 없는.
간판 불빛이 하나둘 꺼져 있다. 근데 편의점만은 항상 켜져 있다. 24시간이라는 게 참 대단하다. 이 공간은 새벽 2시에도 존재한다. 내가 여기 있든 없든.
알바생이 말을 걸었다
"포크 드릴까요?"
순간 멍했다. 아, 컵라면. 네, 하나 주세요.
알바생은 20대 초반인 것 같았다. 새벽 근무. 저 사람은 왜 이 시간에 일하고 있을까. 등록금? 생활비? 아니면 그냥 야간이 시급이 높아서? 물어보진 않았다. 물어볼 이유가 없다. 서로의 새벽에 이유를 묻지 않는 게 예의인 것 같다.
컵라면은 새벽에 더 맛있다
이건 과학적 근거가 없을 수도 있지만, 확실히 새벽에 먹는 컵라면은 낮에 먹는 것보다 맛있다. 피로 때문에 미각이 둔해져서 자극적인 걸 원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허기의 문제인지.
3분 45초를 기다렸다. (원래 4분인데 참을성이 없었다.) 면이 살짝 덜 익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사실 이 시간에 먹는 건 뭘 먹어도 괜찮다.
국물을 마시면서 생각했다. 내일도 이 시간에 여기 올 수 있다. 이번 달 릴리즈가 좀 큰 거라 야근이 계속될 예정이다. 그러면 알바생은 또 포크 드릴까요 하겠지. 그리고 나는 또 네 하겠지.
집에 가기 싫어진다
다 먹고 쓰레기를 버리면서, 갑자기 집에 가기가 싫어졌다. 집에 가면 자야 하고, 자면 아침이 오고, 아침이 오면 출근이다. 여기 편의점 의자에 앉아 있으면 시간이 안 갈 것 같은 착각.
당연히 가야 한다. 결국 문을 열고 나왔다. 밖은 생각보다 쌀쌀했다. 4월인데 새벽은 춥다.
집까지 걸어서 8분. 걸으면서 이어폰을 꽂았다. 아무것도 재생 안 하고 노이즈 캔슬링만 켰다. 세상이 조용해진다. 이 시간에는 소음도 없지만, 그래도 캔슬링을 켜면 더 깊은 고요가 온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유난히 크다. 조심조심 들어갔다.
내일 점심엔 제대로 된 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침대에 누웠다. 알람은 7시 40분. 5시간 33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