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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vs 정규직 개발자의 현실

계약직 2년, 정규직 전환 경험자가 말하는 각각의 장단점

계약직으로 시작했다

첫 회사가 1년 계약직이었다. 정규직 공고에는 다 떨어지고, 유일하게 합격한 곳이 계약직이었다. "일단 경력 쌓고 정규직 전환하면 되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현실은 좀 달랐다.

계약직 첫날부터 느꼈다. 같은 일을 하는데, 정규직 동기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교육 기회, 프로젝트 배정, 심지어 회식 참석 여부까지 미묘하게 달랐다.

연봉 차이의 현실

같은 포지션, 같은 업무인데 정규직 대비 약 18% 낮은 연봉을 받았다. 거기에 상여금, 성과급, 복지 포인트를 합치면 실질 차이는 31% 가까이 났다. 퇴직금도 1년 미만이면 안 나오니까. 이건 입사 전에 계산해보지 않은 내 실수였다.

(계약서에 사인하면서 "곧 정규직 되겠지" 했는데, 그 "곧"이 2년이 걸릴 줄은 몰랐다.)

계약직의 장점도 있다

솔직히 심리적 자유도가 높았다. 야근 압박이 적었고, 조직 정치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계약 끝나면 나가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오히려 편할 때도 있었다. 코드만 잘 짜면 됐다.

이직할 때도 유리한 점이 있었다. "계약 만료로 퇴사"는 이직 사유로 깔끔하다. 자발적 퇴사보다 면접에서 설명하기 편하다.

정규직 전환의 함정

1년 뒤 정규직 전환을 기대했는데, 회사에서 계약을 6개월 연장하겠다고 했다. 정규직 TO가 없다는 거였다. 거절하기엔 다른 곳에 준비된 게 없었고, 수락하니 또 6개월을 불안하게 보내야 했다.

결국 18개월째에 정규직 전환이 됐다. 근데 전환 후에도 연봉은 정규직 신입 수준이었다. 18개월간의 경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걸 협상했어야 하는데, "전환시켜줬으니 감사해야지"라는 마음에 그냥 받아들인 게 실수였다.

파견 계약직은 또 다르다

친구가 대기업 파견직으로 2년을 일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하는데, 정규직 직원은 사원증 색깔이 다르고 구내식당 가격이 다르다. 연말 시상식 때 파견직은 자리가 없어서 빠져야 했다고 한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인정받았는데, 소속감이 없었다고.

이건 회사마다 다르긴 하다. 파견직도 동등하게 대우하는 곳이 있고, 명확하게 선을 긋는 곳이 있다.

정규직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경력이 쌓이면 계약직의 단가가 정규직 연봉을 넘기는 시점이 온다. 시니어급이 되면 프리랜서 계약으로 월 800~1200만 원 받는 사람도 있다. 정규직 연봉으로 환산하면 억대다. 물론 4대보험, 퇴직금, 유급휴가를 본인이 해결해야 하지만.

사실은 선택의 문제다. 안정을 원하면 정규직, 유연함을 원하면 계약직. 근데 신입이나 주니어 때는 정규직이 성장에 유리한 건 맞다. 교육 기회, 장기 프로젝트 참여, 사내 네트워크 구축. 이런 건 정규직이어야 누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다시 커리어를 시작한다면? 글쎄, 아마 정규직을 먼저 찾겠지만 못 구하면 계약직이라도 시작할 것 같다. 경력 공백보다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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