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 옷장 30일 실험
옷을 15벌로 줄이고 한 달을 살아본 기록
옷장 문을 열 때마다 스트레스였다
아침마다 옷장 앞에서 5분씩 고민하는 게 싫었다. 옷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세어보니 상의 34벌, 하의 18벌, 아우터 11벌. 근데 매일 입는 건 같은 조합 3~4개였다. 나머지는 옷걸이에서 먼지만 먹고 있었다.
유튜브에서 캡슐 옷장이라는 개념을 봤다. 옷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정해진 조합만 입는 거다. "이거다" 싶었다. 바로 실험 시작.
15벌을 고르는 과정
상의 7벌, 하의 4벌, 아우터 2벌, 운동복 세트 1벌, 정장 1벌. 총 15벌. (양말이랑 속옷은 제외. 이것까지 줄이면 위생 문제가 생긴다.)
고르는 기준은 단순했다. 지난 한 달간 실제로 입은 옷만 남겼다. 세탁 빈도가 높은 게 곧 자주 입는 옷이니까. 빨래 기록을 보니 패턴이 명확했다. 같은 검은 티셔츠를 일주일에 3번 입고 있었다.
나머지 48벌은 큰 비닐봉지에 넣어서 옷장 밑에 밀어넣었다. 버린 건 아니고, 한 달 동안 꺼내고 싶은 충동이 없으면 그때 기부하기로 했다.
첫 주: 의외로 괜찮았다
아침에 옷 고르는 시간이 5분에서 30초로 줄었다. 선택지가 적으니까 고민할 게 없다. 이게 생각보다 상쾌했다.
근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월요일에 입은 조합을 수요일에 또 입게 되는데, 같은 팀 사람이 알아챌까 봐 좀 신경 쓰였다. (사실 아무도 남의 옷을 그렇게까지 기억하지 않는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둘째 주: 비 오는 날에 당황했다
비가 왔는데 방수 아우터가 캡슐 15벌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봉지에서 꺼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꺼냈다. 규칙 위반인가 싶었는데, 실용성이 고집보다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이 경험으로 깨달은 건, 캡슐 옷장은 계절 전환기에 취약하다는 거다. 7월 초에 시작했는데 한여름에서 장마로 넘어가는 시기여서 예상 못한 상황이 생겼다. 계절별로 캡슐을 따로 짜야 한다.
셋째 주: 옷 쇼핑 충동이 사라졌다
흥미로운 변화가 있었다. 쿠팡이나 무신사를 켤 때 예전처럼 옷을 구경하지 않게 됐다. "어차피 지금 옷으로 충분하잖아"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6월에 옷에 쓴 돈이 127,000원이었는데, 7월에는 0원이었다.
이게 캡슐 옷장의 진짜 효과인 것 같다. 옷이 적으면 "더 사야 한다"는 불안감이 사라진다. 역설적이다.
한 달 뒤: 결과
30일이 지나고 봉지를 열었다. 48벌 중에 "아, 이거 입고 싶었는데"라고 느낀 건 딱 3벌뿐이었다. 나머지 45벌은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다.
45벌 중 상태 좋은 31벌은 기부했다. 나머지 14벌은 솔직히 상태가 안 좋아서 버렸다. (이걸 그동안 왜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계속 유지하고 있나
한 달 실험 이후 엄격한 15벌은 아니지만, 대략 20벌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완벽한 미니멀리즘은 아닌데, 그 정도가 내 생활에 맞는 것 같다.
후회가 있다면, 기부한 옷 중에 가을에 입을 만한 니트 하나를 포함시킨 거다. 9월 되니까 "아 그거 왜 보냈지" 하는 순간이 왔다. 결국 비슷한 걸 하나 새로 샀다. 38,000원.
아무튼 옷장 스트레스는 확실히 줄었다. 매일 아침 30초면 출근 준비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