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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Intelligence 실사용 후기

한국어 지원 시작 이후 2개월간 써본 Apple Intelligence의 현실

드디어 한국어가 됐다

Apple Intelligence가 한국어를 지원하기 시작한 게 2025년 5월이다. 발표 때부터 "언제 한국어 되냐"는 소리를 1년 넘게 했는데, 드디어 쓸 수 있게 됐다. iPhone 15 Pro를 들고 설정에 들어가서 Apple Intelligence를 켜는 순간, 솔직히 좀 설렜다. (애플빠라서 그런 건 아니고. 아니 좀 그런가.)

2개월 정도 썼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의 60% 정도는 충족한다.

메일 요약은 쓸 만하다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메일 앱의 요약이다. 받은 편지함에 메일 목록이 뜰 때 각 메일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해준다. 이게 생각보다 편하다. 예전에는 메일 제목만 보고 중요도를 판단했는데, 이제는 요약문까지 보니까 "이건 지금 열어야 하는 건지, 나중에 봐도 되는 건지" 판단이 빨라졌다.

근데 한국어 요약 품질이 영어보다는 좀 떨어진다. 영어 메일은 꽤 정확하게 요약하는데, 한국어 메일은 가끔 핵심을 빗나간다. 특히 존댓말이 섞인 업무 메일에서 "요청"인지 "공유"인지를 헷갈리는 경우가 있었다.

Siri는 아직도 Siri다

Apple Intelligence의 Siri 개선에 가장 기대가 컸는데, 솔직히 아직 부족하다. 맥락 이해가 좀 나아지긴 했다. "아까 그 메일 찾아줘"라고 하면 최근 대화에서 언급된 메일을 찾아준다. 이건 전에 안 됐던 건데 됐다.

근데 복잡한 요청은 여전히 잘 못한다. "다음 주 화요일에 미팅 잡아줘, 근데 오전은 안 되고 2시 이후로" 같은 건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ChatGPT한테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 Siri가 중간에 끊긴다. (2025년인데 아직도 이러냐.)

글쓰기 도구는 미묘하다

메모 앱이나 메일 작성할 때 쓸 수 있는 글쓰기 도구가 있다. 문장을 선택하면 "친근하게", "전문적으로", "간결하게" 같은 옵션이 나온다.

써보니까 영어에서는 꽤 자연스럽다. 근데 한국어에서는 좀 어색하다. "친근하게"를 누르면 반말이 되는 게 아니라 "-요" 체가 된다. 한국어의 존칭 체계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진 않은 느낌. "전문적으로"를 누르면 갑자기 "-하였습니다"가 튀어나오는데, 실제 비즈니스 메일에서 이렇게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미지 관련 기능은 재미있다

사진 앱에서 배경 지우기, 사진 검색("바다에서 찍은 사진 찾아줘")은 잘 된다. 근데 이건 사실 Google Photos에서 이미 되던 거라 특별히 새로운 느낌은 아니다.

Genmoji는 처음에 신기했는데 3일 만에 안 쓰게 됐다. 맞춤 이모지를 만들어서 보내면 상대방 폰에서 이미지로 보이는데, 카톡에서는 그냥 사진 첨부처럼 뜬다. 아이메시지를 쓰는 지인이 내 주변에 거의 없어서 활용도가 떨어진다. (한국에서 아이메시지 쓰는 사람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배터리가 문제다

Apple Intelligence를 켜놓으면 배터리가 체감상 15~20% 빨리 닳는다. 정확한 측정은 아니고 체감이다. 아침에 100% 충전해서 출근하면 점심때 65%쯤 남아있었는데, Apple Intelligence 켠 뒤로는 55%쯤 남는다.

일주일 동안 꺼봤다가 다시 켜봤는데 차이가 있긴 하다. 오래된 기기일수록 더 심할 것 같다. 15 Pro에서 이 정도면 15에서는 좀 힘들 수도.

2개월 쓴 솔직한 평가

"없으면 안 되는" 기능은 아직 아니다. 근데 "있으면 편한" 기능은 확실히 있다. 메일 요약 하나만으로도 켜둘 가치가 있다고 본다.

다만 ChatGPT나 Gemini 같은 전용 AI 앱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Apple Intelligence는 "AI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들 정도로 조용히 동작하는데,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강력한 AI를 원하면 다른 앱을 쓰게 된다.

어쨌든 iOS 19에서 뭐가 나올지는 기대하고 있다. 근데 Siri는 좀... 진심으로 고쳐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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