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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브레인 만들기 실전

CODE 방법론으로 나만의 지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본 경험

티아고 포르테의 책을 읽고

"세컨드 브레인"이라는 책을 읽었다. 핵심은 모든 유용한 정보를 외부 시스템에 저장해서 뇌의 부담을 줄이자는 거다. PARA 구조(Projects, Areas, Resources, Archives)로 정보를 분류하고, CODE(Capture, Organize, Distill, Express) 프로세스로 관리한다.

책은 좋았다. 근데 실행에 옮기는 게 다른 문제라는 걸 체감했다.

실전 1단계: Capture

모든 정보를 일단 수집한다. 트위터에서 본 좋은 글, 슬랙에서 나온 기술 논의,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 전부 Obsidian 인박스 폴더에 넣었다.

첫 주에 인박스에 쌓인 메모가 73개. 문제는 이게 정리 안 되고 쌓이기만 한 거다. 수집하는 건 쉽다. 습관 들이기도 어렵지 않다. 문제는 다음 단계다.

처음에 실수한 게, 너무 많이 수집한 거다. 트위터 피드 하나하나, 뉴스레터 문장 하나하나를 다 캡처했더니 정보 과부하가 왔다. "이게 나중에 쓸모있을까?"라는 필터를 추가하고 나서야 인박스 속도가 줄었다. 주 73개에서 주 21개로.

실전 2단계: Organize

PARA 구조를 적용했다. Projects에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관련 메모, Areas에 꾸준히 관리하는 영역(건강, 재테크, 커리어), Resources에 관심 주제(기술 트렌드, 디자인 패턴), Archives에 끝난 프로젝트.

근데 분류가 애매한 게 너무 많다. "React 19 새 기능 정리"가 프로젝트인가 리소스인가. 현재 마이그레이션 프로젝트 중이면 프로젝트이고, 그냥 공부 목적이면 리소스다. (이 판단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게 본말전도 아닌가 싶었다.)

결국 PARA를 단순화했다. 진행 중 / 참고용 / 보관, 이렇게 세 개로.

실전 3단계: Distill이 제일 어렵다

수집한 메모에서 핵심만 뽑아내는 단계. 책에서는 "프로그레시브 요약"이라고 한다. 볼드, 하이라이트, 요약을 단계별로 하라는 거다.

이걸 성실하게 한 메모가 전체의 23%다. 나머지 77%는 수집만 하고 다시 안 봤다. 솔직히 말하면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 자체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정리하는 건 귀찮아하는 게 내 패턴이었다.

메모를 100개 모아서 23개만 정제하면 나머지 77개는 무의미한 건가. 꼭 그렇지는 않다. 나중에 검색해서 다시 찾는 경우가 있으니까. 근데 효율적이지는 않다.

실전 4단계: Express

정제된 메모를 결과물로 만드는 단계. 블로그 글이 될 수도 있고, 사내 발표 자료가 될 수도 있다. 사실 이 블로그 글도 세컨드 브레인에서 나온 거다.

3개월간 세컨드 브레인에서 나온 결과물: 블로그 글 4개, 사내 기술 공유 발표 1개, 프로젝트 제안서 1개. 많지 않지만 전에는 "자료가 어디 있었지" 하면서 헤매던 시간이 줄었다.

3개월 후 솔직한 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쓴 감이 있다. 폴더 구조 잡고, 태그 체계 만들고, 템플릿 설정하는 데 초기 2주를 날렸다.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려다가 정작 메모를 안 한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시스템을 단순하게 유지하고 수집과 검색에 집중한다. 분류는 대충 해도 검색이 빠르면 찾는 데 문제없다. Obsidian 검색이 충분히 빨라서 가능한 전략이다.

세컨드 브레인이 인생을 바꿔주진 않는다. 근데 "분명 어딘가에 적어뒀는데" 하면서 30분 헤매는 일은 확실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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