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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 트렌드, 개발자 사이에서도?

몰래 두 회사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의 이야기와 그 리스크

레딧에서 읽은 충격적인 글

레딧 r/overemployed 서브에서 "나는 풀타임 리모트 개발자 직업을 동시에 3개 하고 있다"는 글을 읽었다. 연봉 합산 $480,000. 한화로 약 6억 3천만 원. 본인 말로는 각 회사에서 주당 15~20시간만 일하면 된다고.

처음에는 "이게 되나?" 싶었다. 근데 댓글을 읽으면 비슷한 사례가 수십 개였다. 풀 리모트 환경에서 실제 코딩 시간이 하루 3~4시간이면 나머지 시간에 다른 회사 일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직접 아는 사람은 없다. 근데 "아는 형이 그런다더라" 수준의 이야기는 두세 번 들었다. 풀 리모트 개발자가 프리랜서 계약을 하나 더 잡는 정도. 두 회사에서 동시에 정규직인 미국식 오버임플로이먼트와는 좀 다르다.

한국은 4대 보험이 이중으로 걸리면 바로 발각되니까, 완전한 이중 정규직은 어렵다. 대신 본업 + 프리랜서(사업자등록) 조합이 가능하긴 하다. 법적으로 부업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고용계약서에 "겸업 금지" 조항이 있다.

솔직히 유혹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월급 320만 원에 사이드 프로젝트 수입 18만 7천 원. 여기에 프리랜서 계약 하나 더 잡으면 월 150~200만 원은 추가될 수 있다. 연간 2,000만 원 이상. 이 숫자를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근데 냉정하게 계산하면, 주 40시간 본업 + 주 15시간 부업 + 사이드 프로젝트 + 생활. 수면 시간을 깎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나는 하루 7시간 자야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사람이라, 수면을 건드리면 코드 퀄리티가 바닥을 친다.

시도해본 사람의 이야기

블라인드 앱에서 읽은 후기다. (신뢰도는 각자 판단.) 풀 리모트 개발자가 3개월간 투잡을 했다고 한다. 결과:

  • 첫 달: 문제없었다. 두 회사 모두 성과 나쁘지 않았다.
  • 둘째 달: 미팅이 겹치기 시작. 한 회사 스탠드업 중에 다른 회사 슬랙 알림이 울려서 식은땀.
  • 셋째 달: 번아웃. 주말에도 밀린 업무 처리. 결국 한 곳을 그만둠.

이 사람이 내린 결론은 "3개월은 가능하지만, 6개월은 불가능하다"였다.

리스크가 상당하다

법적 리스크. 겸업 금지 조항 위반으로 징계나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손해배상 청구.

평판 리스크. IT 업계는 좁다. "그 사람 투잡 하다 들켰대"라는 소문이 나면 이직에 치명적이다. 한국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이런 소문은 빠르게 퍼진다.

성과 리스크. 두 곳 다 80%로 하면 두 곳 다 B- 평가를 받는다. 한 곳에 100%를 쏟으면 A 평가에 연봉 인상, 승진이 따라온다. 장기적으로 뭐가 더 이득인지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건강 리스크. 이게 가장 중요한데 가장 무시되는 부분이다. 번아웃은 회복에 몇 달이 걸린다. 번아웃 기간의 기회비용이 투잡 수입보다 클 수 있다.

부업의 더 나은 형태

투잡보다 "자기 것을 만드는" 부업이 낫다고 본다. 사이드 프로젝트, 강의, 기술 블로그 운영, 오픈소스 기여. 이런 건 본업과 시너지가 생기고, 이력서에도 긍정적이고, 시간을 자기가 통제할 수 있다.

내 사이드 프로젝트 수입 18만 7천 원이 투잡 200만 원보다 적지만, 이걸 만드는 과정에서 배운 인프라 지식이 본업에도 도움이 됐다. 투잡은 시간을 파는 거고, 사이드 프로젝트는 자산을 쌓는 거다.

물론 당장 돈이 급하면 이런 고상한 말이 와닿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근데 투잡을 시작하기 전에, "이게 3개월 뒤에도 지속 가능한가"는 진지하게 물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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