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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링 6개월 습관의 변화

매일 10분 글쓰기를 6개월 해봤더니 생긴 변화들

시작은 불면증 때문이었다

새벽에 누워서 생각이 멈추지 않는 게 문제였다. "내일 스탠드업에서 뭐라고 하지", "그 코드 리뷰 언제 끝내지", "부모님 전화 못 했는데." 머릿속에서 할 일 목록이 빙글빙글 돌았다. 누가 "잠들기 전에 머릿속 생각을 종이에 다 쓰라"고 해서 시작했다. 반신반의하면서.

첫날은 노트에 3줄 적었다. "내일 할 일: API 에러 고치기. 점심 때 사수한테 물어볼 거. 세탁소 맡긴 거 찾기." 이게 저널링인지 모르겠지만, 신기하게도 그날 좀 빨리 잠들었다.

첫 달: 대부분 불평이었다

한 달간 쓴 걸 돌아보니까 80%가 불평이었다. "오늘 회의가 1시간 반이나 됐다. 의미 없었다." "점심 메뉴 고르는 게 왜 이렇게 피곤한가." "사수가 리뷰를 너무 늦게 한다." 근데 이 불평을 쓰고 나면 좀 편해졌다. 머릿속에서 슬랙 알림처럼 계속 울리던 게 종이에 적으면 알림이 꺼지는 느낌이랄까.

실패한 날도 많았다. 30일 중 11일은 안 썼다. 피곤해서, 귀찮아서, 쓸 게 없어서.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인정하는 게 지속하는 비결이었다. (솔직히 인정이라기보다 포기에 가깝다.)

3개월째: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3개월 치 노트를 넘겨보니까 반복되는 키워드가 있었다. "피곤", "회의", "시간 없다." 이 세 개가 거의 매일 등장했다.

여기서 깨달은 게 있다. 나는 내가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회의가 너무 많아서" 힘든 거였다. 주당 회의 시간을 세어봤더니 11시간 23분이었다. 하루 2시간 이상을 회의에 쓰고 있었다. 이걸 팀 리드에게 말해서 주간 회의 2개를 비동기 업데이트로 바꿨다. 주당 3시간 40분을 벌었다.

저널링 안 했으면 이 패턴을 절대 못 봤을 거다. 매일의 불평은 잡음이지만, 3개월 치 불평을 모아보면 데이터가 된다.

5개월째: 감정 라벨링

어디선가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그 감정의 강도가 줄어든다"는 글을 읽었다. 그래서 저널에 감정 라벨을 달기 시작했다. "오늘 기분: 짜증 + 불안 + 약간의 성취감." 이렇게.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한 달 하니까 내 감정 패턴이 보였다. 월요일은 대부분 "불안"이고, 수요일은 "집중"이 많고, 금요일은 "피로 + 해방감"이다. 이런 패턴을 알면 대비가 된다. 월요일에 어려운 작업을 넣지 않는다든지.

근데 이것도 실패한 부분이 있다. 한번은 "분노"라고 적었는데, 왜 분노인지 모르겠어서 더 파고들었다가 새벽 2시까지 혼자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저널링은 반추가 아니라 기록이어야 한다. 깊이 파는 건 주의가 필요하다.

6개월 뒤 숫자로 보면

저널링한 날: 182일 중 134일 (73.6%). 평균 작성 시간: 8분.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 시작 전 50분에서 현재 22분 (체감). 회의 줄이기 같은 구체적인 변화로 이어진 횟수: 3번.

도구는 그냥 노션 페이지. 앱이나 특별한 형식 없다. 날짜, 한 줄 감정, 3~5줄 자유 형식. 이게 전부다. 화려한 템플릿이 필요하지 않다.

추천하지만 경고도 한다

저널링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불면증이 심하면 병원을 가야 하고, 감정 문제가 깊으면 상담을 받아야 한다. 저널링은 보조 도구다.

근데 "머릿속이 시끄럽다"는 사람에게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적어도 나한테는. 1,512,000원어치의 수면제보다 0원짜리 노트가 더 효과적이었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그게 6개월 뒤의 솔직한 감상이다.

오늘도 자기 전에 3줄 적을 거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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