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6 min read

직급 없이 리더십 발휘하는 법

팀장도 아닌데 팀을 이끌어야 했던 경험과 거기서 배운 것들

팀장이 아닌데 리드를 맡았다

팀장이 육아휴직을 가면서 6개월간 "기술 리드" 역할을 맡았다. 공식 직급은 아니고, 그냥 "팀 내에서 기술적인 결정을 주도해줘"라는 요청이었다. 나는 시니어도 아닌 4년 차 중니어였다. 왜 나한테 맡겼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처음 2주는 아무것도 못했다. "내가 뭘 결정해도 되나?"라는 생각에 모든 결정을 미뤘다. 기술 스택 선택, 코드 리뷰 기준, 스프린트 우선순위. 팀원들이 물어올 때마다 "좀 더 생각해볼게"라고만 했다.

(이때 팀원들이 답답해하는 게 느껴졌다. 리더가 결정을 미루면 팀 전체가 멈춘다.)

첫 번째 실수: 혼자 다 하려 했다

리드 역할을 맡으니까 "나는 모든 걸 알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겼다. 팀원이 기술 질문을 하면 반드시 답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내가 모르는 영역도 있었다. 인프라 관련 질문이 오면 대답을 못 해서 밤새 공부하고 다음 날 답을 줬다.

한 달쯤 지나니까 체력이 바닥났다. 코드도 짜고, 리드도 하고, 모르는 것도 공부하고. 이건 지속 불가능한 방식이었다.

돌파구는 간단했다. 팀원한테 "나는 이 부분 잘 모르는데, 네가 조사해서 팀에 공유해줄 수 있어?"라고 부탁한 거다. 리더가 모든 걸 알 필요 없다. 모르는 걸 인정하고 적임자에게 위임하는 것도 리더십이었다.

결정을 내리는 법을 배웠다

기술적 결정 앞에서 100% 확신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근데 결정을 안 하면 진행이 안 된다. 나는 "70% 확신이면 결정하고, 나머지 30%는 실행하면서 검증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새 프로젝트에서 상태 관리 라이브러리를 고를 때, Zustand와 Jotai 사이에서 일주일을 고민했다. 장단점을 비교하고, 팀원 의견도 듣고, 작은 POC도 만들어봤다. 그래도 확신은 80%쯤이었다. "일단 Zustand로 가자. 2주 뒤에 불편한 점이 보이면 그때 재논의하자"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

직급 없는 리더십의 어려움

공식 권한이 없으니까 지시할 수 없다. "이렇게 해"가 아니라 "이렇게 하면 어떨까?"로 말해야 한다. 근데 이게 오히려 좋은 리더십을 만들더라. 설득으로 사람을 움직여야 하니까, 논리적인 근거를 준비하게 된다.

한번은 코드 리뷰 기준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는데, 팀원 한 명이 강하게 반대했다. "리뷰가 너무 빡빡하면 속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었다. 직급이 있었으면 그냥 밀어붙였을 수도 있는데, 없으니까 대화로 풀어야 했다. 결국 절충안을 만들었고, 오히려 팀 전체가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다.

6개월 뒤

팀장이 복귀하고 나는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직급은 달라진 게 없다. 근데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팀 전체를 보는 시야가 생겼고,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내가 결정해도 된다"는 자신감이 생긴 거다.

팀장이 돌아와서 한 말이 인상 깊었다. "네가 없었으면 팀이 많이 흔들렸을 거야. 고마워." 이 한마디에 6개월의 고생이 보상받은 느낌이었다.

리더십은 직급이 주는 게 아니라 행동이 만드는 거다. 근데 이건 멋있는 말이고, 현실에서는 직급 없이 리드하는 게 에너지 소모가 크다. 권한 없는 책임은 솔직히 힘들다. 그래도 한번 경험해보면 성장한다는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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